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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안톤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끝이 보이는 로맨스


이 책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로,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던 두 남녀가 휴양지인 얄따에서 만나 불륜을 하게되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작가 안톤 체호프는 애드거 앨런 포, 기드 모파상과 함께 세계3대 단편작가로 손꼽히는 인물로, 잡화상이던 아버지가 파산하여 가세가 기울자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문과 잡지에 글을 기고했는데, 지면상의 한계때문에 단편소설을 실었다. 이런 점이 작품의 완성도와 문학성을 끌어올리는 촉발제가 되었고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만 300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인기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여러 작품 중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체호프의 문학성이 절정에 달했던 189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써 스토리만을 보면 일반적인 불륜이야기로만 보이지만 남자 주인공인 구로프의 대사를 보면 사람의 근원적인 고독과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끝없는 갈망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바로 이 변화 없음에, 우리 개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에, 우리의 영원한 구원에 관한 지상의 끊임없는 삶의 움직임에 관한, 완성을 향한 부단한 움직임에 관한 비밀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매일 도박과 음주를 하고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모스끄바 사람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아내는 구로프에게 있어서 변화없는 갑갑한 삶이었고, 구원을 바랬다. "아시겠어요, 나는 얄따에서 아주 매력적인 여성과 사귀었단 말입니다." (중간생략) 밖으로 나간 구로프를 쫒아온 관리인이 "조금 전 당신이 한 말이 옳았소. 그 철갑상어는 냄새가 아주 고약했어"


노예같은 남편이 싫었던 안나세르게예브나도 완성을 향한 부단한 움직임의 결과로 구로프와 불륜을 하게되지만 S시로 돌아가며 헤어지기로 결심한다."잘됐어요. 저는 떠나야 되요. 그럴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니까요.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는군요. 하기야 그래야 하겠죠. 다시 만나서는 안되니까."


이렇게 마지막 인사까지 한 둘의 관계는 일단락 된 듯 보였지만 구로프가 안나를 보러 S시로 찾아오면서 모스끄바로까지 계속 이어지게 된다. 결말은 나와있지 않지만, 이 둘의 관계를 낙관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이미 안나는 헤어지기로 마음먹고 마지막 인사를 했었고, 구로프도 무의식중에 본모습을 숨기고 그녀를 만나왔기 때문이다. 사랑은 열정-친밀감-헌신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불륜의 열정이 끝난 뒤에 친밀감까지는 이어질 수 있겠지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결단을 내리고 서로에게 헌신의 과정이 필요한데 아마 그럴 수 없을것이다. 그 이유는 이미 서로의 가정을 유지한 채 모스끄바에서 밀회하는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체호프의 단편소설 몇 편을 보다보니 공통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인공의 내적결핍→구원의 갈망→왜곡된 자기 혹은 주변해석→해결책처럼 보이는 매개체 발견이다. 그는 어떠한 판단도 결말도 없이 글을 썼지만 우리는 그 글을 읽으면서 알 수 있다. 내적 결핍은 매개체의 발견으로 해결되는게 아닌 스스로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