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남자의 이야기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마르셀 에메의 대표 단편작 중 하나로, 평범한 남자 듀티유욀이 벽을 드나드는 신비한 능력을 갖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익살스럽고 특이한 인물창조, 아이러니의 효과적인 배합으로 익살을 펼치는 작가 마르셀 에메는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창조해냈다.
초능력을 갖게 된 듀티유욀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의 주인공인 듀티유욀은 파리에 사는 등기청의 하급 직원으로 가느다란 사슬달린 코안경을 쓰고 검은 턱수염을 길렀으며 20년째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것 없던 듀티유욀에게 갑자기 생긴 벽을 드나드는 능력은 그에겐 아무쓸모 없는 것이었다. 그 능력을 병으로 인식한 그는 의사의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지만 체력을 과하게 소모해야한다는 행동지침을 따를 수 없어 병 고치기를 포기한 채 살아가기로 한다.
소심한 성격의 듀티유욀이 능력을 발휘하게 된 계기는 새로 부임한 상급관리자인 레퀴에 과장이 그를 퇴물취급하며 골방으로 쫓아버리게 된 사건때문이다. 굴욕을 느낀 그는 벽을 드나드는 능력으로 레퀴예 과장에게 겁을 주어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린다. 이 일을 계기로 특별한 능력을 더이상 감출 수 없게 된 그는 '가루가루'라는 도둑이 되어 은행, 보석가게, 부잣집을 털게된다.
벽속에 갇힌 듀티유욀
단번에 명성과 인기를 얻게된 '가루가루'인 듀티유욀은 일반 하급청 직원인 신분을 유지하며 이중생활을 하게된다. 하지만 그는 그 대단한 도둑이 본인이라는것을 동료들에게 알려주고싶어 일부러 체포당하게 된다. 그 후 탈출과 체포를 오가며 경찰을 농락하던 그는 이제 더이상 도망자로 살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어 미리 계획한대로 이집트에 가기로했지만, 떠나기전 우연히 만나게된 아름다운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갇혀있는 그녀에게 밤마다 찾아가게 된다. 갑작스러운 사랑때문이었을까. 급격한 두통이 찾아왔고 서랍에 있던 두통약인줄 알았던 ‘처방약’을 먹고 ‘급격한 체력소모’를 동시에 하게 되어 신비한 능력을 잃게 된 듀티유욀은 벽을 통과하지 못한채 갇히게 된다.
사람에게 존재감이란?
소심했던 그가 이렇게까지 변하게 된 데에는 갑자기 얻게된 엄청난 능력으로 처음맛본 사람들의 인정과 관심이 그를 파멸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능력을 발견하기 이전까지의 듀티유욀은 있으나마나 한 존재, 선도 악도 아닌 존재였다. 그 존재의 무의미함이 벽의 경계를 허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명한 존재이던 그가 특별한 능력을 사용함으로써 자기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뚜렷해진 행동만큼 존재감이 확실해진 듀티유욀은 더이상 희미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벽을 드나들 수 없게된 것이다.
그 결과 그는 벽속에 갇히게 되었지만 이런 비참한 결과를 미리 알았더라도 그는 본인의 욕망을 실현하는데에 그 능력을 썼을것이다. 대게의 보통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이다. 인정욕구는 남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자기의 어떠한 종류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는 일은, 자기가 생존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확신하는 일로서,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믿음, 다시 말해 자신감이나 자부심을 갖게함으로써 살아갈 맛을 느끼게 하고 삶의 목표까지 생기게 만드는 기제이기 때문이다.
이 불쌍한 주인공은 인정욕구를 쫓다가 벽에 갇히고 말았다. 그가 좀 더 유연하게 살았다면 벽에 갇히는 일은 없었을테지만 인생의 큰 행복도 느끼지 못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까짓 벽에 좀 갇히는게 대수인가? 재밌었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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